“지대물박(地大物博)”, 즉 ‘땅은 넓고 산물이 많다’는 말처럼, 중국은 수천 년간 방대한 자연환경 속에서 수많은 식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이 넓은 대지 위에서는 날아다니는 것 중 비행기를 빼고, 바다에 있는 것 중 배를 빼고, 땅 위에서는 식탁을 빼고 모두 먹는다고 할 정도로, 실로 무한한 요리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중에서도 돼지고기는 중국인들이 가장 즐기는 식재료로, 요리 종류만 해도 천 가지가 넘는다. 동파육, 홍소육과 같은 대표적인 음식은 그 풍미와 역사성으로 지금도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그렇다면 중국 요리는 모두 몇 가지일까? 그 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조리법, 재료, 지역적 차이에 따라 무한한 변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 요리를 관통하는 큰 특징 중 하나는 ‘기름’이다. 볶음, 튀김, 기름에 졸이기 등 기름을 사용하는 방식이 전체 조리법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조사도 있다. 그렇다면 왜 중국 요리는 이토록 기름을 많이 사용할까? 이는 단순한 미각의 선택이 아니다. 수질, 기후, 경제, 기술, 그리고 문화까지 기름 중심의 조리법은 중국 문명의 여러 층위와 긴밀히 얽혀 있다.
1. 수질의 한계와 기름의 발견
중국의 많은 지역은 석회 성분이 다량 함유된 물을 지닌다. 이 물은 종종 흙내를 머금고 있으며, 가라앉혀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 과거의 중국인들은 이런 흙내를 덮기 위해 찻잎을 이용했고, 이는 차 문화의 발달로 이어졌다. 요리에서도 물을 적게 쓰는 방식이 자연스레 발전했고, 그 결과 찜 요리, 육수 문화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결국 중국인들은 물 대신 기름을 사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고온의 기름은 흙, 모래, 석회질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탁월했고, 물의 잡내를 덮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이로써 중국 요리에서 기름은 단순한 조리 수단이 아니라 위생과 풍미를 모두 책임지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2. 기후와 연료의 제약
기후도 큰 영향을 끼쳤다. 중국 문명의 발원지 중 하나인 황허 유역은 건조한 황토지대였다. 이 지역에서는 체온을 유지하고, 열량을 확보하기 위해 기름진 음식을 섭취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800년에 걸친 한랭기의 영향으로 땔감이 부족해지자, 긴 조리 시간이 필요한 굽기나 찜보다는, 빠르게 요리할 수 있는 기름 조리법이 더욱 선호되었다. 적은 연료로도 많은 요리를 해낼 수 있었다. 웍(wok)의 발달도 이러한 현실적인 필요에 부응하며 중국 요리의 상징이 되었다.
3. 농경문화와 시간 절약
중국은 오랜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한 나라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노동이 곧 생존을 의미했고, 노동 시간과 식사 준비 시간은 반비례해야 했다. 센 불에 기름을 두르고 재료를 볶는 방식은 조리 시간이 짧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며, 보관도 용이했다. 열량이 높은 기름 요리는 농민들의 긴 노동시간을 견디게 해주는 에너지원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농경문화의 효율성과도 맞닿아 있었다.
4. 식용유의 대중화
중국 요리에서 기름을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조건은, 바로 식용유의 안정적인 확보였다. 기름은 단순히 열전달의 매개체가 아니라, 음식의 구조와 풍미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하지만 그것이 일상적 식재료로 자리 잡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기술의 발전이 필요했다. 고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사용된 기름은 동물성 지방이었다. 양지머리, 돼지비계, 오리 기름 등이 주를 이루었고, 이는 귀족 계층이나 의례용 음식에 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동물성 기름은 생산 비용이 많이 들고 대량 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서민들에게는 사실상 요리용 기름으로 보편화되기 힘들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식물성 기름이다.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1세기 무렵 한나라 시대,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식물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콩기름과 참기름이다. 당시에는 압착 방식으로 기름을 짰으며, 기름 자체는 여전히 귀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이었다. 특히 참기름은 향이 진하고 보존성이 뛰어나 조미용으로도 주목받았다.
식용유가 대중화되는 결정적인 전환점은 땅콩의 보급과 기름화였다. 땅콩은 본래 남미 원산 식물이지만, 4세기경 동진(東晉) 시대를 전후하여 중국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확산되었고, 10세기 송나라 시기에는 일반 백성들도 널리 재배하고 소비할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인 작물이 되었다. 땅콩기름은 고온에서도 안정적이며, 풍미가 고소하고 추출이 비교적 쉬워, 볶음이나 튀김 요리에 매우 적합했다. 특히 3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쉽게 타지 않는 특성 덕분에 중국 요리의 ‘강한 불 조리’ 방식과 이상적인 궁합을 이뤘다.
5. 기름이 주는 풍미
결정적으로 기름은 맛있다. 기름을 사용한 요리는 재료의 풍미를 더욱 풍부하게 하며, 향신료와 만나 감칠맛을 극대화한다. 중국의 다양한 기름(파기름, 고추기름, 땅콩기름 등)은 단순한 조리 재료가 아닌, 하나의 ‘맛의 계보’를 형성한다. 기름을 향유하는 중국인의 식습관은 단순한 요리 습관이 아니라 문화의 한 부분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기름에 대한 애정은 오늘날 중국 사회에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때 우리나라의 대형 마트가 중국에 진출했을 때,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이 ‘식용유’였다는 사례는 단적인 예이다. 오늘날 중국 대도시의 마트에는 식용유가 묶음으로 진열되어 있고, 심지어 전자제품을 구매하면 식용유를 덤으로 주는 마케팅도 흔하다. 중국인에게 있어 식용유는 단지 조리 재료가 아니라, 가정의 풍요와 안정을 상징하는 일종의 생활필수품인 셈이다.
중국인의 기름 사랑은 단지 '기름진 음식이 맛있다'는 미각적 취향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하나의 문명사적 선택이자 생존 방식이었으며,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복합적인 문화의 산물이다. 우리는 중국 음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윤기 흐르는 소스와 기름방울 속에, 중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이 겪어온 환경적 조건과 역사적 맥락이 녹아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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