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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모저모

일본이 다다미를 사용하는 이유

by 밍떡자 2025. 5. 12.

일본은 한국만큼 춥지 않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겨울철에 집이 매우 춥다. 실제로 매년 400명 이상이 집 안에서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한다는 통계도 있을 정도다. 이는 일본 주택이 난방과 단열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놀라운 점은 일본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건축 강국’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건축은 환경을 ‘극복’하거나 ‘순응’하는 과정에서 발전한다. 예를 들어, 습한 지역에서는 집을 땅에서 띄우고, 눈이 많은 지역에서는 지붕을 급하게 경사지며, 비가 많은 지역에서는 처마를 길게 뽑는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의 주거문화는 겨울의 추위보다 여름의 더위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 발전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다다미(畳)가 있다.

 

[다다미의 구조와 기원]

다다미는 ‘겹치다’, ‘접다’라는 뜻의 일본 전통 바닥재다. 골풀(이그사, イグサ)을 엮어 만든 두꺼운 매트 형태로, 일반적인 크기는 가로 180cm, 세로 90cm, 두께 4~6cm이며, 무게는 20kg 정도다. 다다미는 처음에는 귀족의 좌석용 방석에서 출발해, 무로마치 시대 이후 방 전체를 덮는 형태로 발전했고, 에도 시대에 들어서면서 서민 가정에도 보급되었다. 일본에서 면적 단위를 말할 때 ‘몇 평’ 대신 ‘몇 다다미(畳)’라고 말하는 것도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본에 다다미가 필요한 이유]

일본의 여름은 한반도보다 훨씬 더 습하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 특성상, 습도가 매우 높아 체감온도가 40도를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고온다습한 여름에 맞서기 위해 일본인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 전통 주택을 발전시켰다. 목조건축을 통해 통풍이 잘되며, 지진에도 비교적 유연하게 반응한다. 미닫이문과 병풍을 두어 견고한 벽 대신 공간을 자유롭게 구획하고 바람이 잘 통하게 한다. 또한 처마와 지붕에 경사를 두어 비와 눈으로부터 집을 보호하였으며, 다다미를 사용하여 공기 중의 습기를 흡수하고, 바닥을 쾌적하게 유지한다.

다다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생체 필터'와 같다. 여름에는 습기를 빨아들이고, 겨울에는 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냉기를 차단하는 일종의 천연 단열재 역할을 한다. 여기에 더해 특유의 향기와 피톤치드 성분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며, 무릎을 꿇고 생활하는 일본인의 생활 방식에도 부합하는 바닥재였다.

 

[지진으로부터 보호 역할]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는 집 안에서조차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 다다미는 두툼한 쿠션 구조 덕분에 지진 발생 시 몸을 보호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무게 20kg의 다다미는 머리나 몸 위에 덮어 충격을 완화하는 응급 방패 역할을 한다. 이는 콘크리트 바닥이나 나무 마룻바닥과는 다른 다다미만의 독특한 기능이다.

 

[다다미의 단점]

그러나 다다미는 완벽하지 않다. 다음과 같은 단점이 존재한다:

1) 관리의 어려움

천연 소재인 골풀은 곰팡이와 진드기에 취약하다. 음료나 습기가 스며들면 썩기 쉽고,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발생한다. 이런 냄새는 일본인에게는 익숙하지만, 외국인 방문객에게는 불쾌감을 줄 수 있다.

2) 손상에 취약

무거운 가구의 하중에 약해 쉽게 눌리거나 찢어진다. 이사나 재배치 시 큰 스트레스 요소가 된다. 교체 주기는 약 10년이며, 비용도 만만치 않다.

3) 화재 위험성

목재 주택과 다다미는 모두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1995년 고베 대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많은 인명 피해가 화재로 발생했다. 난방이 부실한 일본에서 온돌은 화재 위험 때문에 사용하기 어렵고, 그 대신 일본인들은 온천욕을 즐겨왔다.

 

[다다미와 한국 온돌의 비교]

일본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고온다습한 해양성 기후다. 여름의 습도는 80~90%에 이르며, 특히 도쿄나 오사카와 같은 저지대 도시에서는 열대야가 심하다. 반면 겨울은 상대적으로 짧고, 온도도 우리나라보다 높다. 이러한 기후에서는 열을 유지하기보다는 습기를 통제하고 바람이 통하도록 설계된 주거 방식이 중요했다. 다다미는 바로 이 기능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대표적인 바닥재였다.

 

 

반면 한반도는 대륙의 영향을 받는 냉대성 기후에 속한다. 겨울은 길고 혹독하며,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질 때도 많다. 이러한 환경에서 실내에서 열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유지할 것인가가 주거 설계의 핵심이었다. 이 요구에 맞춰 발달한 것이 바로 온돌, 즉 아궁이의 불을 바닥 아래로 돌려 열을 전달하는 난방 방식이다.

 

[다다미의 현재]

최근 일본에서는 다다미 사용이 점차 줄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신축 주택에서는 대부분 마룻바닥이 사용되고, 다다미는 종종 ‘하나의 방’에만 상징적으로 남겨지기도 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일본인이 다다미의 향수를 느끼면서도 실제 거주에서는 마루나 플로어링 바닥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다미는 이제 전통 여관(료칸), 다도방, 사찰 등 전통적인 공간에서나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화재나 지진에 강한 현대 건축 기술이 도입되면서, 다다미는 더 이상 기능적 필수요소라기보다는 일본 문화의 정서적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다미는 단순한 건축 재료가 아니다. 그것은 일본인의 생활 방식, 미의식, 자연과의 관계, 그리고 재해에 대한 대응 철학을 집약한 결과물이다. 다다미 위에서 일본인은 앉고, 먹고, 자고, 기도하고, 때로는 피난까지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다미는 '일본인의 생활을 지탱하는 조용한 무대'라고 할 수 있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다다미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그 존재는 여전히 일본 주택 문화의 근본을 지키고 있다. 우리는 그 다다미를 통해,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떤 방식으로 자연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삶을 구성해 왔는지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