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이모저모

중국과 인도가 축구에서 실패한 이유

by 밍떡자 2025. 5. 19.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두 나라인 중국과 인도. 각각 14억 명이 넘는 인구를 자랑하지만, 국제 축구 무대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축구 팬이라면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나 많은 인구를 보유한 나라에서 왜 제대로 된 11명의 축구 선수를 찾지 못하는 것일까? 단순히 재능의 문제일까, 아니면 시스템과 사회 구조의 문제일까? 이 글은 그러한 질문을 출발점으로 삼아, 중국과 인도의 축구 실패 원인을 단편적인 현상 분석이 아닌 역사, 경제, 정치, 문화, 교육 등 다양한 각도에서 심층적으로 조명한다. 나아가 이러한 사례를 통해 스포츠가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밝히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통찰을 제시하고자 한다.

1. 거대한 투자, 실속 없는 결과
중국은 축구 강국이 되기 위해 전례 없는 투자를 단행했다. 수천 개의 축구 학교를 설립하고, 유소년 축구를 의무 교육에 포함했으며,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을 고액의 연봉으로 영입했다. 일례로, 중국 프로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한때 10억 원을 넘기며 세계 상위권 수준에 육박했다. 그러나 이 막대한 자금 투입은 실질적인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문제의 핵심은 시스템의 왜곡이었다. 외국인 선수의 영입 경쟁은 구단의 단기 성적 위주 운영을 부추겼고, 그 결과 중국 자국 선수들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채 고액 연봉에 안주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선수들은 자기 계발과 경쟁을 회피하고, 해외 진출에도 소극적이었다. 또한 감독 교체가 잦고, 전술 훈련에 대한 인식 부족, 승부 조작 등의 병폐는 축구의 신뢰도를 저하했다. 결과적으로, 중국 축구는 많은 돈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지 못했다.

2. 한때의 영광, 지금의 침묵
인도는 축구 불모지라는 이미지와 달리, 과거에는 아시아 축구 강국으로 군림하던 시절이 있었다. 1950년대와 60년대,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올림픽 4강이라는 성과를 통해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이후 축구는 인도 사회에서 점점 변두리로 밀려났다. 정치적 불안정, 스포츠 행정의 부재, 그리고 크리켓의 부상은 축구의 침체를 가속했다.
1983년, 인도는 크리켓 월드컵에서 우승하면서 스포츠의 중심축이 완전히 바뀌었다. 크리켓은 영국을 꺾은 경기로 국민적 자부심이 되었고, 이후 국가적 지원과 언론의 관심은 크리켓에 집중되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스포츠 유망주들의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크리켓은 인생 역전의 기회로 여겨졌고, 축구는 그 그림자에 가려졌다. 여기에 더해 인도에는 체계적인 유소년 축구 시스템이 부재했고, 축구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역시 미흡하여 선수 양성 기반 자체가 취약했다. 결과적으로 인도에서는 축구 인재가 체계적으로 발굴되고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가 자리 잡고 말았다.

3. 단기 성과 집착과 제도적 부실
중국 프로축구단은 단기 성과에 매몰되어 외국인 공격수를 집중적으로 영입하고, 포지션 간 불균형을 초래했다. 감독 교체가 잦고, 승부 조작 사건이 발생하며, 전략적 전술 훈련의 부재도 현대 축구의 흐름에서 중국을 뒤처지게 했다. 유소년 축구에 대한 접근도 제한적이었다. 연간 수백만 원에 달하는 학비와 생활비는 많은 재능 있는 아이들에게 진입 장벽이 되었고, 유소년 리그 내에서도 연줄과 뇌물이 성행하며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4. 스포츠 행정, 누가 맡고 있는가
중국과 인도에서 축구가 성장하지 못한 공통된 구조적 원인 중 하나는 '스포츠 행정의 비전문성'이다. 두 나라 모두 축구 행정의 중추를 스포츠 전문가가 아닌 정치인이나 관료가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중국에서는 중앙정부 주도의 스포츠 정책이 하향식으로 집행되며, 이는 때로는 정권 홍보 수단으로 축구가 활용되는 결과를 낳았다. 공무원들은 경기 결과보다 정책의 겉모습을 중시했고, 이는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선수 육성보다는 보여주기식 성과에 집중하게 했다.
인도 역시 마찬가지다. 인도 축구협회는 오랜 기간 정치권 인사들이 장악해 왔으며, 이들은 축구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두었다. 스포츠 행정 경험이 없는 인물들이 예산 배분과 정책 결정을 주도하면서, 실제로 필요한 유소년 지원, 인프라 확충, 지도자 양성 같은 근본적인 과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이 반복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선수와 지도자의 사기를 꺾고, 축구 전체 생태계를 비효율적으로 만든다.

5. 부모의 선택, 아이의 미래
또 하나의 중요한 공통 요인은 부모 세대의 인식이다. 중국과 인도 모두에서 자녀의 진로에 있어 학업과 안정적인 직업이 최우선 순위로 여겨진다. 중국에서는 '가오카오(高考)'로 대표되는 극도의 입시 경쟁 속에서 자녀가 안정적인 직장을 갖는 것이 부모의 가장 큰 바람이다. 스포츠, 특히 축구는 부상의 위험도 크고,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선호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어린 시절 축구에 소질을 보이던 아이들도 부모의 반대로 축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도에서는 이 현상이 더욱더 극단적이다. 인도 공대(IIT)를 비롯한 명문 공과대학 입시는 신분 상승의 사다리로 여겨지며, 부모 대부분이 자녀를 의사나 엔지니어로 키우길 원한다. 이 과정에서 스포츠는 오히려 시간 낭비로 간주되기도 한다. 경제적으로도 축구 아카데미 등록이나 장비 구입 비용은 부담이 되기 때문에, 중산층 이하 가정에서는 축구를 진지하게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축구를 위한 기초 인프라조차 갖춰져 있지 않아,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관심도 사그라들게 된다.

6. 교육과 진로, 사회 구조의 문제
중국은 치열한 대학 입시 경쟁으로 인해 체육 활동에 대한 사회적 지지 기반이 부족하다. 인도는 그보다 더한 초경쟁 사회로, 공학 계열 대학 진학이 신분 상승의 거의 유일한 사다리로 작용한다. 이공계 졸업생은 해외 취업과 고연봉을 통해 가족의 경제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이런 사회 구조 속에서 스포츠는 비주류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14억이라는 거대한 인구를 가진 두 나라가 축구에서는 왜 번번이 실패하는가? 단지 제도나 정책의 실패만이 아닌,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사회 구조와 교육, 문화가 모두 얽힌 복합적 결과물이다. 중국과 인도가 축구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투자보다 근본적인 인식 변화와 시스템 개혁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축구를 단순한 여가나 흥행 수단이 아니라, 사회 발전을 위한 하나의 축으로 인식하는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축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력 있는 인재가 자라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하며, 이는 곧 공정한 제도, 지속 가능한 정책,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