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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모저모

태국과 베트남의 비교

by 밍떡자 2025. 5. 29.

1. 지리적 특성과 기후
태국과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대륙부에 위치한 대표적인 국가들로, 언뜻 보기엔 가까운 이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경을 공유하지 않는다. 두 나라 사이에는 라오스와 캄보디아가 있으며, 이는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적 복잡성을 잘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영토 면적에서 태국은 약 51만㎢로, 33만㎢인 베트남보다 약 1.5 배가량 크다. 면적 기준으로 보면, 베트남에 대한민국 영토를 두 개 더해야 태국과 유사한 수준이 된다. 그러나 남북 길이에 한정하면, 두 나라는 비슷한 축선을 가진다. 베트남은 북위 23도에서 남위 8도까지, 태국은 북위 20도에서 남위 5도까지 뻗어 있으며, 이는 국가의 기후 다양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적으로 볼 때, 베트남은 위도가 더 높아 북부 지역에 온대 기후대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수도 하노이는 여름에 집중 강수 현상이 나타나는 온대 하우(夏雨) 기후이며, 겨울철에는 외투가 필요할 만큼 기온이 내려간다. 베트남 북서부 고산지대인 사파에서는 드물게 눈이 내리기도 한다. 이는 동남아시아에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반면 태국은 전역이 열대 기후권에 속한다. 북부 치앙마이 등 고산지대에만 미미한 수준의 아열대성 기후가 존재하며, 이는 전체 면적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태국에서 눈이 내린 사례는 역사적으로 단 한 차례, 1955년 치앙마이에서 관측된 바 있다. 남부로 내려갈수록 열대 사바나 및 열대 우림 기후로 이행하며, 연중 내내 강수량이 풍부한 편이다. 이와 같은 기후적 차이는 곧 문화적 풍경, 일상생활, 의복 등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낳는다.

2. 경제 구조와 발전 수준
태국은 전형적인 중진국이다. 1인당 GDP는 브라질과 유사한 수준이며, 약 7천만 명에 달하는 인구 덕분에 전체 GDP는 세계 2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대 기준으로는 노르웨이나 오스트리아보다도 경제 규모가 크며, 동남아시아에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를 제외하면 가장 큰 경제권을 형성한다. 단, 경제활동의 공간적 집중도가 매우 높아 방콕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구조다. 이로 인해 ‘방콕 공화국’이라는 자조적인 표현이 등장했으며, 이는 ‘서울 공화국’보다도 심각한 수도집중 현상으로 지적된다.
이에 반해 베트남은 아직 저소득 국가에 속한다. 1인당 GDP는 남미 국가들과 비교해도 낮은 편이며, 2020년대 초반까지도 볼리비아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전체 GDP는 1억에 가까운 인구 규모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친다.
베트남은 제조업 비중이 높아 경제 성장의 동력은 확보된 상태지만, 문제는 그 질(質)에 있다. 첨단 산업 중심의 생산구조라기보다 노동집약적 조립 및 가공 산업 위주로 편중되어 있다. 또한 전체 산업 구조에서 1차 산업, 즉 농업 및 어업의 비중이 여전히 높은 편인데, 이는 국가 전체의 교육 및 소득 수준이 낮다는 것을 반증한다.
도시 체계에서도 두 나라는 확연히 다르다. 태국은 방콕 일극 체제지만, 베트남은 북부의 하노이(정치 중심)와 남부의 호찌민(경제 중심)으로 이원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의 관계와 유사하다. 하이퐁, 다낭, 껀터 등 직할시가 존재하나, 두 중심 도시에 비해 경쟁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3. 정치 체제
태국은 ‘타이 왕국(Kingdom of Thailand)’이라는 국호에서 알 수 있듯이 입헌군주제를 채택한 국가이다. 현재 국왕은 마하 와찌랄롱꼰(라마 10세)이며, 상징적 권한을 주로 행사한다. 입법부는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된 양원제로, 영국과 일본과 유사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근현대사에서 정치적 불안정이 반복되어 왔으며, 형식적인 민주주의 체제가 항상 안정적으로 작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베트남은 단일 정당 체제를 운영하는 사회주의 국가이다. 공산당이 국가 운영을 전적으로 주도하며, 최고 권력자는 공산당 총비서이다. 국가 원수로서 주석이 존재하나, 이는 명목적인 역할에 가깝다. 모든 주요 공직은 간선제를 통해 선출되며, 일반 국민은 직접적으로 선출에 참여하지 않는다. 공산당 당원 수는 약 5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를 차지한다.
따라서 정치 체제만 놓고 본다면 태국이 형식적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일당제 권위주의 국가로 분류될 수 있다.

4. 종교와 사회문화
태국은 불교를 국가적 정체성의 중심에 둔 사회이다. 인구의 약 94%가 상좌부 불교를 신봉하며, 불교는 사회 전반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태국은 역사상 외세의 식민 지배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불교 전통이 단절되지 않고 유지되어 왔다. 오늘날에도 스님과 사원이 일상적 풍경의 일부이며, 불교는 정치·교육·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베트남은 불교의 영향력이 점차 약화한 국가이다. 전통적으로는 대승불교 문화권에 속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무종교 인구가 압도적이며, 전체 인구의 약 80%가 특정 종교를 신봉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된다. 불교 신자는 약 9% 수준에 불과하며, 그 외에는 가톨릭과 까오다이교, 호아호아교 등이 존재한다. 특히 프랑스 식민 시기의 영향으로 가톨릭교회와 성당이 주요 도시의 상징물로 자리하고 있다. 종교가 일상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태국과 비교해 매우 미미하다.

5.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태국과 베트남은 모두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과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맺고 있으나, 그 양상은 매우 다르다.
태국은 일본과의 관계가 두드러진다. 1980~1990년대 일본이 동남아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던 시기, 정치·사회적 안정성과 인프라 수준을 고려할 때 태국이 가장 유력한 투자처로 떠올랐다. 특히 두 나라 모두 왕실 제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은 정치·문화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 현재에도 태국은 일본의 주요 해외 생산기지 중 하나이며, 방콕과 주변 지역에는 일본 기업과 일본인이 밀집해 있다.
반면 한국은 해외 진출이 다소 늦어진 편이다. 태국은 이미 일본의 영향권에 있었고, 중진국 수준의 인건비는 한국 기업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원인이 되었다. 이에 한국 자본은 1990년대 이후 개방 정책을 본격화한 베트남에 주목했다. 저렴한 노동력, 지리적 이점, 우호적인 정책 등이 맞물리며, 삼성, LG, 현대차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현재 베트남에는 약 15만 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는 동남아시아 전체에서 가장 큰 한인 사회이다.

태국과 베트남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으나, 역사적 경험, 정치 체제, 경제 발전 단계, 사회 문화적 특성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태국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경제 기반과 종교 중심 문화를 바탕으로 한 중진국이며, 베트남은 빠른 성장을 도모하는 개발도상국으로서,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통해 경제 발전을 꾀하고 있다.
두 국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는 향후 동남아시아 지역 정세와 경제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차이점과 유사점을 이해하는 것은 동남아시아를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관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