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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경제와 임금의 역설 1. 1인당 국민소득과 국민 체감 현실의 괴리2020년대 들어 대만은 눈에 띄는 경제 성과를 거두었다. TSMC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애플의 주요 협력사인 폭스콘 또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성과는 국가 경제 지표에도 반영되었다. 2022년 대만은 일시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GNI)에서 한국을 앞지르는 기록을 세웠고, 이후 다시 격차가 좁혀지기는 했지만, 현재 양국의 경제 수준은 통계상으로는 유사하다.그러나 통계상의 숫자와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특히 임금 수준에서 그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만의 평균 월급은 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심지어 1인당 GDP가 대만의 3분의 1에 불과한 중국과 비교해도.. 2025. 6. 5.
소금, 문명을 지배한 하얀 금 오늘날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소금은, 한때 세계의 부와 권력을 좌우하던 결정적 자원이자 문명의 형성에 기여한 중요한 물질이었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소금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닌, 생존의 필수 요소이자 무역, 정치, 전쟁, 문화의 흐름을 형성한 원동력이었다. 본 글에서는 소금이 인류의 역사에 끼친 영향을 문명사적, 경제사적 관점에서 고찰하며,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하얀 금’이라 불렸던 이 물질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지를 살펴본다. 1. 생명의 원천, 소금인간은 본질적으로 소금이 있어야 하는 존재이다. 태아가 자라는 자궁 속 양수는 바닷물과 유사한 0.9%의 염분 농도를 가지며, 이는 체액과 혈액의 염분 농도와도 일치한다. 생리학적으로도 염분 농도 유지가 무너지면 생체 기능은 즉각적인 이상을.. 2025. 5. 30.
일본이 제약 대국인 이유 1. 일본 약국의 부상일본은 흔히 ‘편의점 왕국’이라 불린다. 실제로 도시와 시골을 가리지 않고 약 5만 8천 개에 달하는 편의점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그 명칭이 과장이 아님을 증명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본에서는 이 편의점조차 능가하는 존재가 등장하고 있다. 바로 ‘약국’이다.2023년 기준, 일본 전역에서 운영 중인 약국의 수는 약 6만 여개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선 현상이다. 도심은 물론이고, 작은 마을 외곽의 한적한 길가에서도 초대형 약국을 쉽게 마주할 수 있으며, 그 규모는 종종 제약회사 본사와 착각될 정도이다. 인구 대비 약국 수로 따져보면, 일본은 프랑스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그렇다면 일본에서 약국은 왜 이렇게 많아졌으며, 또 왜 점점 대형화되고 있을까? 이.. 2025. 5. 30.
쌀과 밀, 두 곡물이 만든 세계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19세기 프랑스의 법률가이자 미식 평론가였던 앙텔름 브리야사바랭(Anthelme Brillat-Savarin)의 이 말은, 인간의 정체성을 식탁 위의 음식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식문화는 단순한 기호를 넘어 삶의 방식과 세계관을 반영하는 거울이다.쌀과 밀. 인류가 오랜 세월 동안 주식으로 삼아온 이 두 곡물은 단순한 음식 재료에 머물지 않는다. 이들은 각각 아시아와 유럽이라는 두 대륙의 생활양식, 사고방식, 그리고 사회 구조를 깊이 있게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쌀은 아시아의 집단주의와 중앙집권적 국가 구조를, 밀은 유럽의 개인주의와 민주주의, 상업의 발달을 잉태했다. 이 .. 2025.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