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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모저모

일본인이 키가 작은 이유

by 밍떡자 2025. 5. 8.

일본인의 왜소한 체격은 단지 최근의 현상이 아니다. 수 세기 전부터 여러 기록에서 일본인의 신체적 특징은 언급되어 왔다. 18세기 후반 정치·지리서에서도 조선인은 일본인보다 체격이 크고 힘이 세다는 평가가 등장한다. 당시 일본, 즉 에도 시대의 남성 평균 신장은 150cm대 중반, 여성은 140cm대 중반에 불과했다. 조선인의 평균 신장은 이보다 약 6cm가량 더 컸다고 알려져 있다.
서양인의 기록도 이와 다르지 않다. 19세기 말 조선을 여행한 영국의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에서 한국인은 중국인이나 일본인보다 체격이 크고 힘이 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일본인의 왜소한 체격은 오래전부터 국제적으로도 인식된 특성이었다.
그렇다면 현대에도 이러한 체격 차이는 계속되고 있을까? 2016년,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이 발표한 100년간(1914~2014) 세계 남녀 평균 신장 변화를 보면, 체격 변화의 흐름이 분명히 나타난다.
한국 남성은 1914년 159.8cm에서 2014년 174.9cm로, 무려 약 15cm 가까이 키가 커졌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성장 폭이며, 한국 여성은 142.2cm에서 162.3cm로 세계 1위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일본 남성은 같은 기간 156.4cm에서 170.8cm로 성장했으나, 여전히 전 세계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일본 여성도 142.2cm에서 158.5cm로 증가했지만, 한국에 비하면 그 폭이 작다.
이처럼 지난 100년간 일본인의 신장은 분명히 증가했지만, 상대적인 체격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인의 체격이 작게 유지된 이유는 무엇일까?

1. 인종적인 요인
사람의 체격은 단순히 식습관이나 생활방식만 아니라, 인종적 유전자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자주 인용되는 것이 바로 베르그만의 법칙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추운 지역의 생물일수록 체온 유지를 위해 몸집이 크고, 더운 지역의 생물일수록 체열 방출을 위해 몸집이 작다.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평균 키가 큰 노르웨이, 네덜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이 모두 고위도에 있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반대로 고온다습한 동남아 지역의 민족들은 대체로 체격이 작다.
동아시아의 인종 분포를 보면, 한반도와 일본 열도는 모두 북방계와 남방계 인종이 혼합된 지역이다. 그러나 육지로 연결된 한반도에는 시베리아 등지에서 내려온 북방계 인종이 더 많이 유입되었고,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일본은 상대적으로 유전자 유입이 제한적이었다.
이에 따라 일본인은 북방계 유전자의 비율이 낮아, 아무리 영양 상태가 좋아져도 체격이 일정 이상 커지기 어려운 유전적 한계를 갖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체격의 차이는 환경과 진화의 산물인 셈이다.

2. 육식 금지로 인한 단백질 부족
일본인의 체격이 상대적으로 작은 또 다른 이유는 장기간 육식을 제한한 역사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675년, 덴무 일왕은 불교의 영향을 받아 가축을 먹지 못하게 하며, 1200년 동안 육식이 금지되는 사회적 환경이 형성되었다. 이에 따라 일본인들은 1868년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 육류를 거의 먹지 않았다. 대신 생선을 섭취했지만, 육류가 제공하는 단백질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육식 금지는 턱 근육 퇴화와 같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았다. 육류 대신 부드러운 채식 위주의 식사를 지속하면서, 일본인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턱과 덧니를 가지게 되었다. 이는 근육 퇴화로 인해 턱 크기가 작아지면서 치열이 고르지 않게 된 결과였다. 덧니는 한때 일본에서 귀엽다고 여겨지기도 했으며, 덧니 성형이 유행하는 현상까지 생겼다.
메이지 유신을 맞아, 일본 지배층은 서양인들의 큰 체격에 충격을 받았고, 그 원인을 육류 부족에서 찾았다. 이를 해결하고자 일본 왕은 고기 먹기 운동을 시작했지만, 갑작스러운 육식 강요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 거셌다. 고기 특유의 비린내와 오랜 육식 금지에 대한 거부감으로 일본인들은 고기 요리를 대체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 결과, 스키야키, 샤부샤부, 돈가스와 같은 고기 요리가 탄생했다. 특히, 고기의 비린내를 날계란에 찍어 먹는 방식으로 고기 섭취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냈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의 식문화에 중요한 전환점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일본인들의 체격은 육식 제한의 영향을 받으며 다른 나라들에 비해 작은 체격을 유지하게 되었다.

3. 달고 짜게 먹는 식습관
일본인들의 체격이 상대적으로 작은 또 다른 요인은 식습관에 있다. 일본은 고기를 오랫동안 먹지 못한 환경 덕분에 탄수화물 중심의 식단을 지속해 왔으며, 주식인 쌀밥을 중심으로 식문화가 발달했다. 텐동, 규동 등 덮밥류도 모두 탄수화물이 주가 된다. 또한, 후리카케나 오차즈케, 라면과 우동 등도 탄수화물 식사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반찬 중심의 식사가 일반적이라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일본의 식단은 주로 달고 짠 맛이 강조되는데, 이는 밥을 적게 먹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음식의 단맛과 짠맛이 강하다 보니 일본인들은 소식하는 경향이 있으며, 결과적으로 체격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영양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같은 식습관은 일본인들이 체격을 키우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다른 요소로는 일본의 전통적인 무릎을 꿇고 앉는 문화, 바닷가 근처에 거주하는 지리적 영향 등이 있지만, 이들보다는 위의 세 가지 요인이 더욱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